
ChatGPT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면 글을 쓰고, 사진을 분석하고, 음성으로 대화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경쟁 AI에 개방한다는 최근 뉴스는 무엇을 새롭게 허용한다는 뜻일까.
ChatGPT는 이미 갤럭시와 Pixel을 비롯한 안드로이드폰에서 사용할 수 있다. 사용자가 앱을 실행해 질문하면 답을 받고, 음성 모드를 켜면 사람과 대화하듯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에 설치된 AI 앱과 휴대폰의 기본 AI 비서는 같은 존재가 아니다.
AI 앱은 사용자가 그 앱 안으로 들어가 일을 요청하는 도구다. 반면 기본 AI 비서는 버튼이나 음성으로 언제든 호출되고, 지금 보고 있는 화면을 이해하며, 다른 앱과 휴대폰 설정을 연결해 실제 행동까지 수행하는 자리에 가깝다.
유럽연합이 구글에 요구한 것도 경쟁 AI 앱의 설치를 허용하라는 것이 아니다. 이미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핵심은 Gemini가 이용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의 주요 기능을 조건에 맞는 경쟁 AI도 이용할 수 있도록 연결 통로를 열라는 데 있다.
질문에 답하는 것과 휴대폰을 움직이는 것은 다르다
예를 들어 ChatGPT 앱을 열고 “오늘 일정을 정리해 줘”라고 물으면, 사용자가 입력한 내용을 바탕으로 일정표나 할 일 목록을 만들어 줄 수 있다.
하지만 기본 AI 비서에게 같은 말을 했을 때 기대하는 것은 조금 다르다.
AI가 캘린더를 확인하고, 아직 답하지 않은 메시지를 찾아보고, 이동 시간을 계산한 뒤, 늦을 가능성이 있는 약속을 알려주는 것이다. 사용자가 허락한다면 새 일정을 등록하거나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행동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 차이는 AI의 지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아무리 성능이 좋은 AI라도 운영체제와 앱이 필요한 접근 권한을 제공하지 않으면 휴대폰 안에서 직접 행동할 수 없다.
AI 앱이 상담창 안에서 답변하는 전문가라면, 기본 AI 비서는 여러 부서와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실무 담당자에 가깝다. 지식이 많아도 출입 권한이 없으면 직접 일을 처리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기본 AI 비서는 왜 특별한 권한이 필요한가
스마트폰에는 사진, 연락처, 위치, 일정, 메시지, 결제 정보처럼 민감한 데이터가 모여 있다. 화면 밝기나 블루투스를 바꾸는 간단한 작업부터 다른 앱을 열고 주문하는 행동까지 모두 운영체제의 허용 범위 안에서 이루어진다.
일반 앱이 휴대폰의 모든 기능에 마음대로 접근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본 AI 비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먼저 사용자가 언제 어디서든 불러낼 수 있어야 한다. 그다음 현재 화면과 주변 상황을 이해하고, 필요한 앱과 기능을 찾아 연결해야 한다. 사용자가 앱을 닫거나 화면을 꺼도 일부 작업을 계속할 수 있어야 하며, 경우에 따라 휴대폰 안에서 AI 모델을 직접 실행할 필요도 있다.
안드로이드에는 사용자가 기본 어시스턴트 앱을 선택하는 구조가 이미 존재한다. 그러나 어떤 앱을 기본 어시스턴트로 지정할 수 있다는 것과 그 앱이 Gemini와 같은 시스템 기능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자리만 바꿔 준다고 업무 권한까지 같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구글이 개방해야 하는 11가지 기능은 무엇인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26년 7월 구글이 경쟁 AI 서비스와 연동해야 할 안드로이드 기능 11개에 관한 구속력 있는 조치를 확정했다.
공식 문서에는 기술적인 표현이 사용되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행동을 기준으로 보면 네 영역으로 나눠 이해할 수 있다.
첫 번째는 AI를 바로 부르는 기능이다.
휴대폰 버튼이나 화면 동작으로 AI를 실행하고, 화면이 꺼져 있을 때도 음성 호출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사용자가 앱 아이콘을 찾아 누르지 않아도 AI가 휴대폰의 입구에서 기다리는 구조다.
두 번째는 지금 보고 있는 것과 주변 상황을 이해하는 기능이다.
AI가 화면의 내용과 카메라·마이크 등에서 들어오는 실시간 정보를 활용하고, 위치나 현재 상황을 바탕으로 필요한 도움을 제안할 수 있다. 화면에 나온 주소를 보고 길을 찾거나, 카메라로 비춘 물건을 인식해 설명하는 기능이 여기에 해당한다.
세 번째는 앱과 휴대폰을 움직이는 기능이다.
메시지를 보내고, 일정을 만들고, 지도나 동영상 앱을 실행하며, 여러 화면을 오가면서 작업 단계를 대신 처리하는 것이다. 밝기, 미디어 재생, 방해금지 모드 같은 기기 설정을 조절하는 기능도 포함된다.
네 번째는 휴대폰 안에서 AI를 실행하고 작업을 이어가는 기능이다.
기기에 내장된 AI 모델을 이용하거나 경쟁사가 자체 모델을 휴대폰에서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사용자가 다른 앱을 보거나 화면을 끈 뒤에도 허용된 작업을 계속 수행하는 백그라운드 기능도 중요하다.

이 기능들이 열리면 경쟁 AI가 단순히 더 많은 질문에 답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스마트폰에서 사용자의 요청을 받아 여러 기능을 연결하고, 결과까지 만들어 낼 기회가 생긴다.
Gemini는 왜 처음부터 유리했을까
구글은 Gemini와 안드로이드를 모두 개발한다. 검색, 지도, Gmail, 캘린더, 유튜브처럼 스마트폰에서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Gemini는 안드로이드의 시스템 기능과 구글 서비스에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쉬운 위치에 있다. 경쟁 AI가 모델 성능에서 앞서더라도 스마트폰 안의 데이터와 기능에 접근하지 못한다면 일상적인 편의성에서는 불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두 AI가 식당을 똑같이 잘 추천한다고 하자.
한 AI는 추천 결과와 전화번호만 보여준다. 다른 AI는 내 위치와 일정을 확인하고, 지도에서 이동 시간을 계산한 뒤, 예약 앱을 열어 예약 과정까지 이어 준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두 번째 AI가 더 유능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 차이가 반드시 모델의 지능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 운영체제와 다른 앱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의 차이에서 생겼을 수도 있다.
이번 유럽연합 조치는 운영체제를 가진 회사가 자체 AI에만 유리한 통로를 제공하는 문제를 줄이려는 것이다.
경쟁 AI가 연결되면 어떤 변화가 가능할까
앞으로 조건을 충족한 경쟁 AI가 안드로이드 기능에 더 깊이 연결되면, 사용자는 모델의 답변 품질뿐 아니라 휴대폰 비서로서의 능력까지 비교할 수 있게 된다.
글쓰기와 대화에 강한 AI를 기본 비서로 선택할 수도 있고, 검색이나 일정 관리에 강한 AI를 선택할 수도 있다. 하나의 AI가 모든 일을 맡는 대신, 여러 AI가 각자의 강점을 이용해 스마트폰 안에서 경쟁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11가지 기능이 열렸다고 해서 모든 AI가 모든 앱을 자유롭게 조작한다는 뜻은 아니다.
각 AI 업체가 기능을 실제로 개발해야 하고, 연결 대상 앱도 이를 지원해야 한다. 사용자의 동의와 개인정보 보호, 보안 심사도 필요하다. 스마트폰 제조사가 추가한 기능과 자체 앱은 안드로이드의 공통 기능과 또 다른 조건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개방은 완성된 AI 비서를 바로 제공하는 일이 아니다. 경쟁 AI도 그 자리에 도전할 수 있도록 공통 출입구를 만드는 일에 가깝다.

한국의 안드로이드폰도 지금 바로 달라질까
이번 조치는 유럽연합의 디지털시장법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므로 우선 유럽 시장을 대상으로 한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갤럭시나 다른 안드로이드폰에 같은 변화가 즉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적용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구글은 정해진 일정에 따라 관련 기능과 연결 방식을 제공해야 하고, 경쟁 AI 업체는 이를 이용할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 한국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아직 제한적이다.
현재는 ChatGPT와 여러 AI 앱을 설치해 사용할 수 있지만, 그 앱이 Gemini처럼 휴대폰 전체의 기본 비서 역할을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앱을 실행해 대화하는 기능과 휴대폰의 앱·화면·설정을 폭넓게 연결하는 기능 사이에는 여전히 차이가 있다.
다만 유럽을 위해 만들어진 공통 연결 방식이 다른 지역의 안드로이드 제품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있다. 한국 적용 여부와 시점은 구글, 삼성, 각 AI 업체의 별도 발표를 확인해야 한다.
이제 AI를 비교하는 기준도 달라진다
지금까지는 어떤 AI가 글을 더 잘 쓰는지, 답변이 정확한지, 이미지를 잘 만드는지를 주로 비교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기본 AI 비서가 되려면 다른 능력도 필요하다.
필요한 순간에 빠르게 호출되는지, 현재 화면과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는지, 내가 사용하는 앱과 연결되는지, 요청한 일을 안전하게 끝낼 수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어디까지 개인정보에 접근하고, 행동하기 전에 사용자에게 확인을 받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모델의 지능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스마트폰에서는 지능만큼 권한과 연결성이 큰 차이를 만든다.
구글이 개방해야 하는 것은 ChatGPT를 설치할 수 있는 앱스토어의 문이 아니다. 경쟁 AI가 휴대폰의 기능을 이해하고 움직일 수 있도록 이어 주는 운영체제의 통로다.
이 차이를 이해하면 이번 뉴스의 의미도 분명해진다.
지금의 AI 앱은 대체로 사용자가 찾아가 질문하는 도구다. 앞으로의 기본 AI 비서는 사용자의 요청을 듣고, 화면과 상황을 이해하며, 여러 앱과 설정을 연결해 실제 행동을 수행하는 스마트폰의 중심이 될 수 있다.
2편에서는 갤럭시, Google Pixel, 아이폰을 기준으로 지금 어떤 AI를 사용할 수 있는지, ChatGPT·Gemini·Bixby·Siri가 각각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앞으로 소비자가 체감할 변화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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